
최근 네이버 최대 그림쟁이 커뮤니티인 방사 카페에 활동 시작했는데, 여러 쪽지들이 많이 오더군요.
그중에선 성인웹툰 그려보지 않겠냐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너무 벌거벗은 여캐만 그려 올려서 그런가;;
전 19금보다는 17금이 취향이라 거절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슈로 응응한 그림 그리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가네요.
행여라도 실력 좋은 성인작가분이 자캐 슈로 19금 그림 그려주신다해도, 감사하기 보다는 뭔가 찝찝할 것 같습니다.
마치 AV에 데뷔한 딸래미의 첫 작품을 감상하는 아버지의 기분일 것 같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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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게임학원 다닐때 3~4개월 원화 수업 청강했었는데, 그때 알게 된 원화가 동생한테서도 안부 연락이 왔습니다.
실력이 좋은 녀석이라서 학원 벽에 포스터도 걸리고 했었거든요.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형은 정말 즐겁게 그림 그리는 거 같아요. 볼 때마다 그게 참 부러워요."
제가 즐겁게 그림을 그리기에 다른 사람들도 그림 그리면 즐거운 줄 알았는데,
오랜 커뮤니티 활동과 게임학원을 다니며 경험한 결론으론,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전 그렇습니다. 오늘 뭐 그릴까 고민하는게 행복합니다. 서툰 실력이지만, 조금씩 그림 실력이 쌓이며
그리지 못했던 구도가 그려지고, 여러 형태의 캐릭터가 그려지기 시작하면 참 보람이 느껴지더군요.
실력이 오르며 저의 창작세계가 넓어지는 것에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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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빈 말이라도 제가 재능이 뛰어난 건 아니죠. 게임학원 다니며 확실히 느꼈습니다.
20세의 나이에 이미 NC나 넷마블급에서 볼 만한 원화 그리는 동생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아, 세상에는 이렇게나 재능있는 천재가 많고, 노력하는 천재들도 많았구나 하구요.
사실 제가 집안 가장이기에 일단은 돈을 버는게 주 목표인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캐드일만 쭉 해왔었죠.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특근수당까지하면 월 230~250에 상여금 많은 땐 100도 받고 해서 생활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삶이 무료하더군요. 야근 하고 집에 와서 그림 그리려 해도 정신력이 딸려서 창작활동도 힘들었구요.
공장쪽 일이라는게 사람들도 거칠고 해서 멘탈이 많이 나갑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소의 아이가 되고 개의 아이가 되거든요.
거덜난 멘탈로 소비(게임)가 아닌 생산활동(창작)을 하려니 그게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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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작년, 심사숙고한 끝에 창작쪽으로 목표를 정한뒤에는 세상이 달라보이더군요.
내가 이렇게나 즐겁게,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 왜 그동안 주위 눈만 의식하고 살았을까 싶더군요.
결혼 못하면 뭐 어떻습니까. 돈 겁나게 벌지 못해도 또 어때요.
인류의 종속은 다른 남자분들에게 맡기고 저는 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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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올해로 그림활동 시작한지 20년차 되는 해가 되었습니다.

중딩때 연습장에 끄적대는 것 부터 시작했지요. 요 캐릭이 10년후, 제 유일한 자캐 남캐인 태양이가 됩니다.

그리고 10년전, 이글루와 이스카넷 활동을 시작하면서 색연필 그림 그린걸 스캔해서 올렸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지금의 제가 있는 것도 이스카넷에서의 활동 덕이기도 하네요. 창작 게시판 운영진도 1년 했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커뮤니티 활동하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실력을 쌓아서 이런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그린 것 중 가장 잘 나온 야미쨩 팬아트.
학원 홈페이지 포트폴리오란에도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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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앞으로도 저의 "즐겁게 그리는" 재능을 살려서 2D든 3D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루토 최고의 명대사로 끝맺음을 하지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넵.
덧글
그래도 좋은 만남 있으시면 좋겠네요
아 전 안할겁니다 ㅎㅎ